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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축사 34. 세계로 열린 창, 1988 올림픽 이후 한국 현대 건축의 방향 전환한국 건축사 2025. 9. 28. 07:19
1988년 서울 올림픽은 단순한 체육 행사가 아니었습니다. 당시 한국은 압축 성장의 결과로 산업화와 도시화를 빠르게 겪고 있었지만, 문화적 자존감과 국제적 위상은 여전히 세계에 확실히 각인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올림픽은 한국이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세계와 대등하게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나라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무대가 되었습니다. 이는 곧 한국 건축사에도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1980년대까지의 건축은 경제성, 효율성, 그리고 대량 공급 중심의 주택·공장 건축이 주를 이뤘습니다. 도시 외곽에는 획일적인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고, 중심부에는 단순한 기능 위주의 건물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올림픽은 이런 흐름을 바꾸는 거대한 계기였습니다. 전 세계 언론이 서울을 집중 조명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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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축사 33. 서양 노출 콘크리트 vs 한국 목조건축한국 건축사 2025. 9. 27. 09:03
건축은 인간의 삶을 담아내는 그릇이며, 그 형태와 철학은 시대와 지역의 환경적 조건, 사회적 가치, 기술 수준에 따라 달라집니다. 특히 자재는 건축의 본질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자재 선택은 건축의 구조적 안정성뿐 아니라 공간의 분위기, 사람들의 생활 방식, 나아가 미학적 세계관까지 결정짓습니다. 서양 건축은 20세기 이후 산업화와 기술 혁신의 흐름 속에서 노출 콘크리트라는 새로운 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현대 건축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반면 한국 건축은 오랜 세월 목재를 중심으로 발전하며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독특한 건축 전통을 형성했습니다. 두 자재는 단순히 물성의 차이를 넘어, 인간이 공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에 대한 상반된 철학을 드러냅니다. 이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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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축사 32. 유럽 고딕 양식과 한국 다실의 만남 - 하늘과 자연을 잇는 건축적 대응점한국 건축사 2025. 9. 26. 07:29
건축은 단순한 기능적 거처를 넘어,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와 정신을 형상화하는 매개체입니다. 특히 종교와 철학은 건축에 가장 깊이 스며든 주제였고, 유럽과 아시아의 건축사 속에서 이러한 흐름은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유럽의 고딕 건축 양식은 12세기 프랑스에서 시작되어 중세 후반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으며, 첨탑과 아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하늘을 향한 종교적 열망을 시각화했습니다. 이에 비해 한국의 다실(茶室)은 차 문화를 중심으로 발전하며,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중시한 동양적 세계관을 반영했습니다. 다실은 화려한 장식 대신 절제와 단순함을 통해 깊은 사유와 내적 교감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겉보기에는 극과 극의 건축처럼 보이지만, 두 양식 모두 인간이 초월적 존재와 연결되려는 욕망을 건축적으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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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축사 31. 고대 동아시아 궁궐양식의 공간배치 비교 - 한국·중국·일본의 건축사적 관점한국 건축사 2025. 9. 24. 07:51
고대 동아시아의 궁궐은 단순히 왕이나 황제가 거주하는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국가의 권위를 상징하고, 백성들에게 통치 질서를 보여주는 정치적 무대이자 의례의 중심지였습니다. 또한 건축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신성한 세계를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기능했습니다. 따라서 궁궐의 공간 배치는 정치 제도, 종교적 신념, 사회 질서, 그리고 자연환경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었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도 각기 다른 건축 문화를 발전시켰는데, 이는 궁궐 양식의 세부적 공간 배치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오늘은 세 나라의 궁궐 공간배치를 비교하며, 그 차이와 의미를 세밀하게 살펴보겠습니다.중국 궁궐양식의 축선 중심 공간배치와 권위적 상징성중국 궁궐은 고대부터 엄격한 축선 배치를 특징으로 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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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축사 30. 광복 이후 재건 건축 - 복구와 현대화의 상징들한국 건축사 2025. 9. 23. 09:48
광복 이후 한국 사회는 폐허 속에서 다시 일어서야 했습니다. 일제강점기의 잔재와 6·25 전쟁의 참혹한 피해는 건축물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도시와 마을의 상당 부분이 무너져 내렸고, 사람들은 판잣집과 임시 거처에서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이 시기에 건축은 단순한 거주의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국가 건설과 사회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했습니다. 따라서 광복 이후 재건 건축은 복구와 현대화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었고, 이는 곧 한국 건축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광복 이후 건축의 재건 과정과 임시 주거광복 직후 건축의 상황은 말 그대로 폐허 속의 복구였습니다. 6·25 전쟁으로 인해 서울은 약 40% 이상의 건축물이 파괴되었고, 부산과 대구 같은 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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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축사 29. 중국·일본 건축과 달랐던 한국 건축의 미학한국 건축사 2025. 9. 22. 07:38
한국의 전통 건축은 동아시아라는 공통된 문화권 속에 자리하고 있으면서도 독창적인 길을 걸어왔습니다. 중국과 일본은 모두 오랜 건축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한국 역시 그 영향을 받았지만 단순한 모방이 아닌 독자적인 미학을 발전시켰습니다. 한국 건축은 웅장하거나 지나치게 절제된 형식미보다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는 건축 철학을 중심에 두었습니다. 따라서 중국의 권위적 건축, 일본의 정형적 건축과는 다른 정서적 울림을 주며, 지금까지도 한국 건축사에서 중요한 미적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오늘은 한국 건축이 중국과 일본과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발전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한국 건축의 미학으로 어떻게 정리될 수 있는지를 깊이 살펴보고자 합니다.자연과 조화를 이룬 한국 건축의 미학한국 건축의 가장 두드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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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축사 28. 건축과 자연의 조화 - 한국 건축의 조경 설계 철학한국 건축사 2025. 9. 21. 08:31
한국의 전통 건축은 단순히 공간을 짓는 기술의 집합체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자연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과 삶의 철학이 녹아 있습니다. 한국 건축은 산과 강, 계절의 변화, 바람과 햇빛의 흐름을 고려하여 건물과 조경을 배치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건축은 자연을 지배하거나 파괴하는 수단이 아닌, 자연과 나란히 호흡하는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특히 조경 설계 철학은 건축과 환경을 하나의 유기적 구조로 연결하며 한국 건축의 정체성을 드러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옥, 궁궐, 사찰, 그리고 현대 건축에 이르기까지 한국 건축이 어떻게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왔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한옥 조경 설계와 생활 속 자연 친화 철학한옥의 조경은 생활과 자연이 만나는 지점이었습니다. 한옥은 대부분 남향을 기본으로 하여 햇빛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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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건축사 27. 조선 궁궐의 정문·문루 구조 비교 - 광화문·근정문한국 건축사 2025. 9. 20. 07:20
조선의 궁궐 건축은 왕권과 국가 질서를 건축 공간으로 형상화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궁궐의 정문과 문루는 단순한 출입구를 넘어서, 왕조의 위엄을 드러내고 백성들과 외국 사신에게 권위를 과시하는 건축 장치였다. 경복궁의 광화문과 근정문은 모두 삼문 구조와 문루 형식을 공유하지만, 배치와 기능, 의례적 의미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이 두 문을 비교하면 조선 건축사 속에서 정문이 어떻게 외부 세계와 내부 공간을 연결하는 상징적 매개체로 작동했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위계와 권위가 어떻게 구체화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각 문루의 건축적 특징, 상징성, 의례적 기능을 세밀히 살펴보고, 나아가 두 건축물이 보여주는 한국 건축사의 위계적 질서를 분석해본다.광화문 정문·문루의 구조와 국가..